탄소 배출권 거래가 정말 기후 변화에 도움이 될까? 원주민들이 경고하는 이유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탄소 배출권 거래'입니다. 이 제도는 국가나 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줄이기 위해 서로 배출권(탄소 배출량)을 사고 파는 방식입니다. 일견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과연 이 방식이 기후 변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탄소 배출권 거래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원주민들의 권리 침해 가능성입니다.
탄소 거래와 원주민
현재 많은 원주민 지도자들은 탄소 배출권 거래가 자신들의 권리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탄소 배출권 거래는 숲, 바다와 같은 '탄소 흡수원'을 보존하거나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원주민들이 수세기 동안 관리해 온 대지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기업들이 아마존 원시림에 투자해 탄소를 흡수하도록 만들고, 그로 인해 탄소 배출량을 낮추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우리는 기후 변화에 기여한 셈일까요?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 이러한 프로젝트는 종종 원주민들의 땅을 뺏거나,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며 실행되곤 합니다.
실제 사례: 탄소 거래로 인한 원주민 퇴거
2023년에 BBC에서 발표된 한 기사는 탄소 거래 프로젝트가 케냐의 한 원주민 공동체를 퇴거시킨 사례를 다루었습니다. 탄소흡수 프로젝트를 위해 케냐의 일부 지역이 보호구역으로 설정되었고, 이로 인해 그곳에서 수세기 동안 살아온 원주민들은 그들의 터전을 잃게 되었습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원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강제로 이루어진 이 프로젝트는 그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렇듯, 단순히 배출권 거래라는 경제적 틀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는 자칫 현지 공동체들, 특히 원주민들의 생존권과 문화적 가치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지켜온 땅과 환경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그들 삶의 터전입니다.
비판적인 시선: 기후 변화보다 경제적 이익?
많은 원주민 지도자들은 탄소 배출권 거래가 기후 변화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 추구의 일환이라고 주장합니다.
캐나다의 인디언 활동가인 *에리엘 더랜저(Eriel Tchekwie Deranger)*는 다음과 같이 경고합니다:
“탄소 거래가 환경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명목 아래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원주민 영토를 침범하고, 그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강한 북반구 국가들은 탄소 배출권을 거래하며 기후 변화를 막겠다고 주장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이익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바로 국제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국가와 기업들의 전략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반면, 남반구 국가들과 원주민 공동체들은 기후 변화의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만 정작 필요한 자금이나 지원은 받기 힘든 상황입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탄소 거래를 두고 "마치 개발도상국들이 응급차를 요청하는데, 선진국들이 롤러스케이트를 대충 만들어 주고는 돕는 거라며 떠넘기는 격"이라고 지적합니다. 즉,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시장의 흐름에 맞추어 일시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탄소 흡수,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원주민들
원주민 대표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 가지 중요한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습니다. 바로 모든 배출권 거래 프로젝트가 원주민들의 **'자유롭고 사전 정보에 입각한 동의(FPIC) 원칙'**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땅과 환경에서 일어나는 프로젝트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동의를 바탕으로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비버 호수 크리족(Indigenous 장로)인 *크리스탈 라메만(Crystal Lameman)*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탄소 포획 프로젝트로 인해 우리 영토에서 끊임없이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사전 동의 없이 시작된 사업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사냥하며 살아왔지만, 이제 그러한 삶의 방식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자유롭고 정보에 입각한 동의는 단순히 원주민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는 핵심 요소입니다.
결론: 진정한 기후 변화 해결책으로 가야
탄소 배출권 거래와 같은 기후 변화 해결 방식은 단편적이거나 이득을 우선시하는 접근법으로는 진정한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입니다. 기후 문제는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 간의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후 변화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원주민들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묵살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단순히 보호받는 대상이 아닌, 그들의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기후 해결의 중요한 주체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결국, 배출권 거래와 같은 시스템도 기후 정의를 지향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의 권리와 의견이 존중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만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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